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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 byul.org 2020-02-03


오늘 을지로 신도시에서 모임 별의 단독 라이브가 있었다
요즘은 모임 별이라고도 하고 byul.org라고도 하는가보다

하고 싶은 말들이 서로 입 밖으로 나오겠다고 싸우는 통에 뒤죽박죽..
차근차근 생각나는 썰을 풀어본다.


일단, 모임별이 2000년부터 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난 2002년 초, 핫뮤직의 샘플러음반에서 처음 알게 되었으니
비교적 초반부터 팬이었던 셈이다 (내심 뿌듯..) 그것도 경주에서.
이후에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로 '2'라는 곡을 엄청 좋아하게 되면서 뒤를 캐는(?) 팬이 되었고
서울에 와서는 간간히 라이브를 갈 수 있었다

어느쪽이었냐면, 확실한 사운드와 곡의 팬이었고
얼굴쪽은 아니었다,, 나같은 얼빠가 얼굴을 궁금해하지도 않았던것같다
흥미로웠던 건 그들의 신기한 음악이었고
그들의 행적이나,, 생각이나,, 결과물이었달까.
비단뱀클럽 홈피를 매일같이 드나들었으니까 말야
비교적 순수했던 나였지만 반대로 퇴폐적인 것들에 대한 호기심도 있어서
보통의 음악에는 없는 얘기들, 이를테면 술,죽음,섹스,허무맹랑한 판타지들 같은
그들의 가사도 좋아했고
멤버 중 누군가는 게이더라 하는 소문들도 좋아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그런 대담성을 동경했었고
뭔가 있어보이기도 했다 지금의 감성으로는 힙하다는 느낌과 비슷하려나.

보통의 밴드 구성도 아니었고 초기엔 시타르라던가 하는 악기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 모임으로 시작했다고 들어서 그런지
음악을 듣다보면
로직으로 끄적거리다가 얼떨결에 만든 음악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는데
당시에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를 내가 전혀 몰랐고
악기보다 신서사이저가 주가 되는 음악이 낯설었던 것 같다
어찌되었든 그 독특한 분위기는 확실히 쾌락이었다

공연은 몇 번쯤 보았을까.
DJ라면 몰라도 공연은 원체 잘 하지 않았던터라,, 음.
사운드데이 하는 날이면 쌤에서 몇 번 했던 것 같다
(지완씨가 드럼 세션 해주었던 기억이 있기때문에 아마 맞을거다)
단독공연도 몇 번 했던 것 같다,, 주류 1병이상 지참 이런거 있었다..하하
그럴때면 마치 이태원 클럽인냥 술병을 든 외국인들이 많이 왔었다
쌤에서 할 땐 조명을 다 끈채로 어둠속에서 컴퓨터의 불빛만 비춘채로 연주를 했다
꽤 여러가지 기억이 있네.
나의 다이어리를 뒤져보니 공중캠프에서 단독공연을 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 부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유유..

(다이어리를 수색하여 찾아낸 정보를 추가하자면
2005년 361bar 에서 라이브를 했는데
나혼자 삐죽삐죽 들어가 입구에서 바꿔먹으라고 했던 대동강맥주를 마시지도 않고
가만히 외딴섬처럼 라이브를 보았다 라고 하는군.. )

싸이월드의 'between the bars' 라는 클럽이 성행할때
내가 모았던 월간뱀파이어를 모조리 묶어 십만원언저리로 팔았었다
그때는 짐정리를 하던 때여서 그런거 였지만
아직도 땅을 치며 후회를 하곤한다
지금 가격이 많이 오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초기 작품 '2'나 '너와나의20세기' 정도는 지금도 들춰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책은 팔아도 음반은 쥐고 산다..

과거 이야기는 이쯤으로 해두고.

오늘 공연은 신종코로나의 위험을 무릅쓰고 갔다왔다
어젠 안 온 사람이 많았다고 하던데 오늘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왔다
나도 조금 고민했지만,,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지참하고 갔다
얼마만의 단독공연인데 안가기는 너무 아쉬워서.

신도시는 을지로 힙의 성지라고 하던데
공간 자체로는 그냥 허름한 건물의 4층이었다
(힙을 느끼는 건 나의 세대는 아닐것이다)
영상을 틀어주고 있었고 누군가들은 술을 사고 마셨다

신기한 건,
내가 20대였던 그 때 그 공연장에는 멋있는 30대 정도의 어른들이 많았다
음지에서 잘나가고 한껏 잘 꾸밀 줄 아는 예술하는 사람들이랄까
오늘의 공연장엔 신기하게 젊은층이 많았다
소수의 문화를 즐기는 것을 인정받는 젊은이들.
어쩐지 시간이 뒤바뀐 것 같은 경험이었다

조태상씨는 뭔가 말끔해진 이미지로 바뀌었고
조월씨는 얼굴 본 건 처음인 것같다
아, 조월씨는 예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초기멤버라고 알고는 있지만 내 기억엔
모임별 라이브에서 연주자는 아니었다.. (기억이 틀렸다면 정정해주길..)
그래서 늘 조월이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 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처음 본건 속옷밴드가 아니었을까?)
(굉장한 미남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 그냥 소문이..)

그리고 황소윤씨의 첫 인상은 체구가 작았다
조태상씨가 후반부에 '잘 모르시겠지만 황소윤씨는 새소년이라는 밴드를 하고있어요' 라고 했지만
오늘 공연장의 반 이상은 소윤씨 보러 왔다
(카메라 켜지는 속도와 숫자를 보면 확실하다)
음. 처음 모임별에 소윤씨가 들어갔다고 할때 사실 모임별의 팬인 나를 걱정했다
싫을 것 같았다 내가. 그래서 좀 피했다(?).
오늘 보니 그 느낌은 어느정도 맞았다

소윤씨는 모임별 음악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부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리고 공허가 없는 현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임별은 막말 뒤에 숨겨진 쓸쓸한 낭만과 판타지의 찌질함
플러스 약간의 아마추어리즘 이었는데
소윤씨가 보컬을 하거나 기타리프를 얹으면
그 공상들이 탁 하고 깨지며 나를 현실로 끌고 나온다
내가 롹킹한 사운드를 좋아하긴하지만 모임별은 예외인데
기분좋은 나른함 위에서 소윤씨의 기타는 너무 쎄..  
소윤씨의 기타솔로 표현은 좋았다 생각하지만 확실히 소윤씨는 '롹' 이고 '밴드' 였다
지금은 태양같은 사람이라 소윤씨가 메인인 무대에서 가장 빛난달까..
난 아직 모임 별은 밴드라기 보다는 조태상과 친구들 이라는 생각이 있다
앞으로 모임별의 음악이 바뀌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것에 만족하든 실망하든 그건 나의 몫이고
어떤 음악을 할지에 대한 판단은 그들의 몫이니 지켜볼 뿐.
(이건 소윤씨가 모임별에 있을때의 감상인거고
새소년이나 솔로활동의 곡을 표현할 때의 소윤은 멋짐 인정.. 특히 기타칠때.)

'세계의 공장' 을 라이브로 처음 한다고 했는데
예전에 하지 않았나? 하고 기억을 더듬었다
정확한 기억에는 없지만 어떤 잔상이 있기때문에 한 적이 있다고 믿고있다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오늘 깨달았는데,
모임별은 나에게 굉장히 특별하고 많은 기억이 있다
확 불타오른 핵심 존재는 아니었지만
늘 주기적으로 매번 생각났고 찾아서 들었고
그들 역시 잘 드러내거나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한순간에 사라지지도 않았고
어떤 형태로든 가늘고 길게 인연을 지속해오고 있는 사이.
유리같이 완벽한 형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서 깨지지않았고
조금씩 변화하며 유동적으로 살아남아 있는게 아닐까.
그 땐 가장 쿨하고 어려운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본 그들은 누구보다 평범해보였다.



(모든 것은 개인의 기억에 의존한 정보들과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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